• [슈내/캐스딘] 글엽서

    2023. 11. 29.

    by. 시두스

    키워드: 오메가버스, 인어AU

    분량: 공백포함 약 900자씩

    트친분들에게 드렸던 캐스딘, 캐스디아나 글엽서 본문입니다 :3

    캐스딘은 오메가버스, 캐시다아나는 인어AU예용

     

     


     

     

    캐스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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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면증이 생긴 것 같다. 빌어먹을.

    몇 시간이나 몸을 뒤척이던 딘은 뻑뻑한 눈을 비비면서 짜증이 가득 담긴 신음을 내뱉었다. 하루에 4시간을 자면 많이 잔 셈인 헌터 생활에서 얻은 유일한 장점이라곤 베개에 머리가 닿자마자 곯아떨어지는 것이었는데, 그것도 다 옛말인 모양이었다. 침대에서 뒹군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눈이 여전히 말똥말똥한 걸 보면.

    하지만 순전히 나약해진 정신탓만은 아니었다. 잠이란 녀석이 얼마나 독한지, 양을 수천 마리 세고 캐스가 읽다가 만 지루한 철학책을 열 페이지나 읽어도 당최 오질 않는 것이다.

    “에이씨. 그래, 내가 졌다. 패배를 인정한다.”

    혀를 찬 딘은 헛소리를 중얼거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아무리 자려고 애를 써도 자지 못할 바에야 뭐라도 하자는 생각에서였다. 몸을 쓰면 졸려질지도 모르니까. 안 그래도 집안일이 왕창 쌓인 참이었다(천국에서도 집안일은 쌓였다. 윈체스터 가는 가사노동 같은 반복적인 일이 적응을 돕는다는 잭의 지론을 따르고 있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나눠 줄 선물 포장도 아직이었고.

    그나저나 천국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라니. 딘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인생의 굴곡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다. 괴물을 잡다가 아무도 모르는 뒷골목에서 나자빠지면 영락없이 지옥으로 떨어질 줄 알았는데. 그는 새삼 제 처지를 신기해하다가 사람이 눕지 않아 단정하기 이를 데 없는 텅 빈 옆자리를 흘겨보았다.

    카스티엘은 벌써 사흘째 외근 중이었다. 그 말인즉, 딘이 그의 향을 맡은 지도 그만큼 오래되었다는 뜻이다. 갑작스러운 불면증의 원인이었다. 딘은 배를 쓰다듬으면서 속으로 애 아빠를 사정없이 갈궜다. 돌아오기만 해, 아주 그냥 침대에 묶어놓고 평생 못 나가게 해줄 테다, 같은 내용을 아이에게 들려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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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시디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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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연인으로 지낸다는 것은 시간을 알아가는 일이었다.

    나의 역사는 그대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뉘며, 그대 전에는 시간이란 것을 알지 못했다. 우리 심해의 거주자들은 그저 널따란 어머니의 품에서 헤엄치며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 인생의 전부였다. 햇볕 한 줄기 들지 않는 컴컴한 심해에서 은은하게 빛나며 어머니의 잦은 변덕에 맞춰 하늘거리다가 때가 되면 물방울로 변해 사그라지는 생명에게 시간이 어떻게 중요할 수 있겠는가? 배가 고파지면 사냥을 하고, 피곤해지면 동굴이나 해조류 숲에 몸을 숨긴 채 짧은 휴식을 취할 때야 우리는 비로소 인간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느꼈으리라.

    이렇듯 시간을 알 필요가 없는 우리 심해의 거주자에게 시간을 알아가고 끝내 미워하게 되는 것만큼의 비극은 또 없다. 익숙지 않은 개념에 익숙해진다는 건 아가미로 호흡하는 우리가 물밖에서 숨을 쉬고, 폐로 호흡하는 그대가 물속에서 숨을 쉬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러나 어머니 바다의 다른 이름은 비극. 어머니 바다의 총애를 듬뿍 받아 태어난 내가 달의 여신을 본뜬 이름을 가진 그대를 만나 하염없이 시간과 기다림과 외로움에 괴로워하는 것은 어찌 보면 숙명이다.

    이제 와 생각하면 나는 그대를 만나기 위해 그리도 뭍과 달에 매혹되었나 한다. 바다 아래까지 내려온 그대를 구할 수 있었던 것도 만월의 달그림자를 보기 위해 위로, 위로 헤엄쳐간 덕분이다. 자매들은 뭍을 동경하는 나를 비웃기도, 한심해하기도, 안쓰러워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영영 사랑의 기쁨을 모르고 물방울이 되겠지. 나는 그들을 동정한다.

    나는 그대가 그대만의 인생을 살기 위해 나를 떠나는 순간부터 다시 내게로, 바다로 돌아오는 순간까지 꼼짝도 하지 않고 그대가 떠난 뭍을 바라보며 기다린다. 허기도 휴식도 잊고 달빛이 닿는 가장 아래층에서 그리 좋아하던 야광 해파리에도 관심을 두지 않고, 바닷속을 온통 헤집는 기계의 투투투투- 소리를 조금이라도 빨리 들으려 귀를 기울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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