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내/캐스딘] 기억상실증 걸린 주인 X 안드로이드

    2023. 11. 20.

    by. 시두스

    키워드: 구급대원 캐스, 구급대원 딘, 안드로이드 딘, 기억 상실, 교통사고, 사망, 심리적 압박/조종, 허락받지 않은 기계화

    분량: 공백포함 약 만 자

    생각난 김에 진짜 마음에 들었던 안드로이드 딘 썰도 백업~~~

     

     


     

    캐스랑 딘이 여행 가다가 교통사고 나서 운전석에 앉아 있던 딘이 죽은 거 보고 싶다. 캐스는 다행히 목숨은 건졌는데 딘에 대한 기억을 잃은 채로 깨어나서 나중에 기억 돌아오고 딘이 없으면 자기도 따라 죽으려고 할까 봐 캐스 가족이 딘을 대체할 안드로이드 만들어서 아무 일 없는 척함.

    캐스네 가족이 딘을 고깝게 보던 게 좀 있어서 안드로이드를 만들 때 딘 성질을 좀 죽이고 캐스한테 더 복종하도록 프로그래밍해서 딘 같지 않은 딘이 만들어짐. 그래서 캐스가 깨어났을 때 머리맡을 지키고 있던 딘이 딘 같지 않은 걸 본능적으로 느꼈음 좋겠다. 그런데 아직 연애 초반이던 시절까지만 기억해서 기억이 있었다면 바로 뭔가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을 텐데 그저 내가 사람을 잘못 파악했나? 하고 일단 넘김.

    안드로이드 딘은 지극정성으로 캐스를 간호하고(여기까지는 원래 딘 성격에도 그랬을 것) 상태가 괜찮아지자 캐스를 데리고 퇴원하는데 자긴 운전할 수 없다고 임팔라키를 딘이 넘기는 거지. 딘 윈체스터가 임팔라 키를 넘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인데도. 캐스가 의구심이 들어서 무슨 일이냐고 하자 사고 후유증으로 운전할 수 없다고 대답한 딘이(안드로이드는 운전용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설정) 그 사실을 너무 아무렇지 않아 해서 캐스는 딘이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으면 이럴까 싶은 한편으로 점점 더 의심이 커져감.

    뭔가 앞뒤가 안 맞는 쎄한 느낌을 어떻게든 밀어내고 딘을 데리고 기억도 안 나는 집으로 가는 캐스는 운전하는 내내 딘을 몰래 훔쳐보며 옆에 있는 근사한 남자가 정말 자기 남편이라는 사실에 황홀해함. 결혼한 지 사오 년은 됐다고 했는데 그렇게나 오래 내 곁에 있어 줬을 리가 없는데, 싶으면서도 곁에 있어줘서 고맙고 감격스러운 캐스.

    근데 점점 캐스는 자기가 이 남자에게 사랑에 빠진 게 이해가 가질 않았으면 좋겠다. 꽤 오래 함께 산 게 거짓은 아닌지 무의식적으로 딘이 이렇게 나올 것이다 싶을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번번이 다른 행동, 굳이 꼭 집어 말하면 자기 가족이 좋아할 것같은 행동을 하니까 기분이 묘했던 것임. 딘이 들려주는 기억이나 사진을 보면 딘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닌데 눈앞의 딘은 그러니까 씻을 수 없이 찜찜함.

    게다가 딘한텐 끔찍하게 아끼는 샘이란 동생이 있었는데 자기와 살게 된 이후로 샘에 대한 얘기를 한 번도 꺼내질 않음. 분명 데이트 초기에도 딘은 심심하면 샘 얘기를 꺼냈는데 이젠 샘과 만나지도 않고 전화도 하지 않는 것 같았음. 캐스가 먼저 샘 얘기를 꺼내 핑계를 대며 얼버무리거나 못 들은 척 화제를 돌려서 캐스가 샘에 대해 더 말하지 못함.

    이상한 건 그뿐만이 아니었음. 딘은 과할 정도로 집 밖을 안 나감. 장보기나 잔심부름 같은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집에 틀어박혀 있음. 사고 때문에 일을 못 하게 됐다고 직장은 관뒀고, 친구들이 바쁘다며 보러 가지도, 집에 초대하지도 않음. 심지어는 그렇게 좋아하던 버거를 먹으러도 안 감. 캐스가 오랜만에 둘이 처음 만났던 로드하우스에 가자고 해야 겨우 나가는데 그나마도 열에 여섯은 몸이 안 좋거나 오늘은 버거를 먹을 기분이 아니라고 거절해버림. 일상생활에 불편함은 없어 보이는데 사고 후로 밖이 무서워서 그렇다는 말에 뭐라고 할 수도 없어서 속만 태우는 캐스. 그치만 그건 자기가 피부로 아는 딘이 보일 반응이 아니라서 캐스는 점점 딘에 대한 모든 게 의심스러워지겠지.

    그렇다고 딘이 가짜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음. 왜냐하면 달라진 딘에게 완전히 사랑에 빠지지는 못할지언정 캐스는 그런 딘도 어느 정도 사랑했고 딘도 그 사랑에 헌신적으로 보답했음. 캐스가 의구심을 가지는 자체에 종종 미안해질 정도로 딘은 캐스를 아끼고 존중했음. 게다가 둘은 구급대에서 손발이 제법 맞는 절친한 동료이기도 했고, 의심스럽다한들 밖에 나가지도 않는 딘이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니고 법적으로 엮인 인연을 굳이 나서서 깰 정도는 아니었던 거임.

    그런데 구급대원으로서(여기서부터는 실제 현장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서 적당히 꾸며 냈습니다) 매년 체력검사를 받고 장기기증서에 허락을 받고 어쩌고 하는 서류작업 기간이 돌아와서 성실하게 임하던 캐스는 자신이 미혼자로 체크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의아해함. 분명 자신과 딘은 결혼까지 했고 식도 올렸으니 이상한 일이었음.

    서로 구급대원이라 혼인신고서는 제출하지 않은 건가? 국가에서 공인한 사이가 되면 헤어짐이 더 슬플 테니까?

    직접 사고를 당해보니 그 마음이 이해도 됐지만, 그래도 무슨 일이 생기면 부잣집 출신이라 제법 많은 자신의 유산을 법적 분쟁 없이 딘에게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은 마음도 덩달아 커진 캐스는 이대로 법적으론 미혼인 채 계속 살기엔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음. 그래서 기왕 이렇게 된 거 식을 올렸다곤 하지만 자긴 기억 안 나니까 식도 다시 올리고 서류도 작성해서 낼 생각에 부풀어 집에 돌아옴. 그리고 자신을 맞이하러 나온 딘한테 밝은 얼굴로 말하는 거지.

    “오늘 확인해보니 내가 미혼자더군. 네겐 번거롭겠지만 내 기억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 다시 식을 올리는 게 어떤가? 이번에는 공식적으로 시청에 서류도 제출하고 싶은데.”

    그런데 딘은 뜻밖의 반응을 보임. 완전 사색이 돼서 자기는 그럴 수 없다는 거임. 캐스는 딘이 자신의 청혼을 기쁘게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라서 우리가 사고를 당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천천히 딘을 설득하려고 하는데, 딘이 울면서 그냥 그럴 수 없다고만 반복함. 캐스는 무척 당황해서 속은 상했지만 네가 그렇게까지 싫다면 다신 청하지 않겠다고 단단히 약속하고 사태는 흐지부지됨. 캐스는 딘의 감정을 해쳐가면서까지 결혼하고 싶은 욕심이 없었으니까 그게 딘이 원하는 거라면 들어주자고 잊고 넘어가는데, 그렇게 겨우 찾은 평안은 곧 무너진다.

    딘이 거절하고 한 달쯤 지나서 휴가를 갔다 돌아온 캐스와 딘의 동료가 캐스에게 딘이 죽어서 정말 유감이라고 애도를 표했음. 캐스가 그게 무슨 말이냐고, 딘은 멀쩡히 살아 있다고, 그런 장난은 재미 없다고 드물게 격하게 화내니까 말 꺼낸 동료가 깜짝 놀라는 거.

    어안이 벙벙해서 주변을 둘러본 동료는 분위기 안 좋은 거 읽고 자기가 잘못 알았나보다고 딘은 잘 있냐고 어색하게 다시 물어봄. 캐스는 직감적으로 동료가 실수한 게 아니라는 걸 느꼈지만, 티 내지 않고 딘은 아직 복귀할 순 없지만 건강하다고 대충 대꾸하고 휴게실에서 나옴.

    혼란스러운 가운데 호출을 받고 나간 캐스는 동료의 말을 생각하느라 정신이 나가 있어서 사다리에서 다리를 헛디뎌서 추락하고 쓰러졌음 좋겠다. 다행히 이전처럼 심한 사고는 아니라서 하루도 지나지 않아 깨어났지만, 호출받기 전에 딘이 죽었다는 사실을 들었기 때문인지 클리셰처럼 캐스는 다시 기억을 되찾았음.

    캐스와 딘은 오래간만에 휴가가 겹쳐서 바닷가에서 휴가를 즐기기로 했음. 차를 타고 떠나다가 음주운전을 한 차가 옆을 들이박아서 가드레일을 부수고 꽤 높이가 있는 구릉을 굴러떨어졌는데, 거기서 딘이 차창 유리를 깨고 들어온 돌에 머리를 부딪혀서 치명상을 입었고, 자신은 에어백이 제때 동작해서 살아남았지만 에어백에 앞머리를 세게 부딪쳐 기억이 날아간 것이었음.

    캐스는 울 것 같은 얼굴로 이번에도 침대맡에 앉아서 자기 손을 꾹 쥐고 있는 딘을 발견함. 임무 나갔다가 조금 심하게 다치면 걱정에 새까맣게 타는 속을 숨기고 눈을 감고 아랫입술을 물고 있는 진짜 딘이 아니라 만면에 걱정된다는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가짜 딘을.

    눈이 마주치자마자 다급하게 의사를 호출하려는 딘을 가만히 지켜보던 캐스는 조용하게 물어봄.

    “넌 누구지?”

    “무, 무슨 소리야 캐스. 난 딘이잖아. 이번에도 기억을 잃은 거야? 아무리 그래도 날 잊어버리다니 너무하네. 아무리 나라도 상처받는다고.”

    가짜 딘은 눈가를 닦으면서 대꾸했지만, 캐스는 딘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병실에서 대놓고 눈물을 보일 리 없다고 확신함.

    “넌 딘이 아니잖나.”

    캐스가 담담하게 말하자 딘은 다시 한번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지만 이미 마음을 굳힌 캐스는 머리를 굴려서 가능성 있는 답을 도출해냄.

    시행단계에 있다던 인간과 다를 바가 없는 안드로이드.

    안드로이드 사업에서 탑을 달리는 미카엘의 기업이 가담했다면 그의 가족이 알고 있는 기억과 앨범이나 영상 따위를 통해 딘이라는 자아를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딘은 아무래도 가족의 입맛에 맞게 재단되었을 테니 자신이 이상함을 느끼는 것도 당연했음.

    생각을 마친 캐스는 가짜 딘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 수 없어짐. 딘은 딘이니 물론 소중하게 대하겠지만, 변형된 딘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였음. 어째서 자신에게 진실을 알려주지 않고 가짜를 만든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했는지도 알 수 없었고.

    아니, 실은 노박 가가 왜 그랬는지 이유는 명확했음. 사고 후에 눈을 떴는데 딘이 없다면 분명 자신은 그대로 무너질 거고, 의절했다곤 하지만 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노박 가에서 그런 자신을 두고 볼 리 없었음. 거기다 그들은 딘을 늘 아니꼽게 여겼으니 프로토타입을 실험할 겸 가짜 딘을 만들어 진짜와 바꿔치기하는 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음.

    차라리 아예 딘을 잃는 편이 깔끔하게 상처가 낫기라도 했을 텐데 상처에 유리 조각이 들어가 헤집어진 것처럼 딘이 아닌 딘을 보며 괴로워해야 하는 상황을 차마 견딜 수 없을 것 같다고 캐스가 생각하던 차에 의사와 엄마인 나오미가 같이 들어옴. 나오미가 제법 걱정스러워해서 캐스는 그게 연기일지, 아니면 아직 딘과 연애 초기엔 자신을 매몰차게 대하지 않았던 태도가 되돌아온 건지 궁금해함.

    의사는 몸 상태를 체크하고 큰 문제 없어서 퇴원해도 되지만, 머리를 부딪혔으니 뇌진탕 증세가 있을 수 있다며 증상이 보이면 바로 돌아오라고 하곤 퇴원증을 끊어줌. 나오미는 병원비는 자신이 대겠다면서 다음부터는 조심하라고 충고함. 캐스는 그때 나오미에게 무슨 생각으로 딘을 만든 거냐고 묻고 싶었는데, 자신이 딘이 가짜라는 걸 알아냈으면 나오미가 딘을 파기할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어 일단 입을 다뭄.

    “다음 주의 가족 저녁에 오기로 한 걸 잊지 않았겠지?”

    퇴원 수속을 밟으면서 나오미가 물어봐서 캐스는 그날 딘과 데이트를 가기로 해서 안 되겠다고 함. 나오미는 캐스가 거절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는지 조금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가도 딘도 이제 우리 가족인데 참석하는 게 맞지 않겠냐고 부드럽게 지적하지만, 캐스는 아직 자신은 연애 초기라서 딘을 독점하고 싶다고 해서 딘이 부끄러워함. 나오미는 할 말이 없었는지, 아니면 일단은 캐스의 기분을 맞춰 주자 싶었는지 월말엔 꼭 와야 한다고 양보하고, 딘에게 뭔가 눈짓을 한 후 돌아감.

    나오미가 떠나자 캐스는 반쯤 조건 반사적으로 주차장으로 내려감. 그런데 어딜 둘러봐도 임팔라처럼 눈에 띄는 차가 보이지 않자 이게 정말 마지막 시험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딘에게 물어봄.

    “임팔라가 보이지 않는군. 네가 이곳에 있어서 운전해 온 줄 알았는데. 병원까진 어떻게 왔지?”

    “아직 운전하기가 좀 무서워서……. 차도 아직 안 고쳤고. 택시 타고 왔어.”

    “……넌 정말 딘이 아니군.”

    “왜 또 그런 말을 해.”

    캐스가 씁쓸하게 말해서 딘의 표정이 안 좋아짐. 딘이 상처받은 듯이 웅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무척이나 피곤해진 캐스는 집에 가서 마저 얘기하자고 말하곤 다물어버림.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딘이 저녁 준비하려는 것도 만류하고 저녁은 됐으니 얘기부터 하자고 함.

    딘은 뭔 얘기가 그렇게 급하냐고 하면서도 대화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걸 예감했는지 입술을 깨물고 거실 소파에 앉음. 딘으로부터 조금 떨어져 앉은 캐스는 네가 안드로이드라는 걸 알고 있다고 운을 뗌. 딘은 그대로 놀라 굳어버렸다가 그렇지 않다고 무슨 소리냐고 약하게 부정하지만, 캐스가 자긴 그저 사건의 전말을 알고 싶을 뿐이라고 애원하자 고개를 떨구고 속삭임.

    “나는, 아니, 원래의 딘은 결국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을 거야. 네 얼굴을 보면 마음이 되게 아팠거든. 행복하면서도 불안해서.”

    캐스는 동의했지만 자기가 끼어들면 흐름이 끊어질까 봐 그저 다음 말을 기다림. 진짜 딘에게 그랬듯이.

    한참을 아무 말도 없던 안드로이드는 한숨을 쉬고 이마를 짚으면서 어디서부터 이야기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함. 캐스가 넌지시 네가 기억하는 것만 얘기해 주면 된다고 해서 그러려면 사진으로만 익힌 샘에 대한 얘기부터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웃음.

    “딘은 자기 얘기보단 샘 얘기를 더 많이 했을 거야, 맞지?”

    뭔가를 그리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물은 안드로이드는 자신이 처음으로 의식을 가졌을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함.

    사고를 당한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단편적인 명령만을 부여받고 깨어난 그는 깜짝 놀란 상태였는데, 정확히 사흘하고도 열여섯시간 이십사분동안 자신이 제대로 '평범한 인간'처럼 작동하는 걸 확인한 연구원들이 미카엘을 불러왔고, 미카엘은 나체였기 때문에 이불을 몸에 감고 떠는 그를 바라보며 비릿하게 웃었다고 함.

    ‘네가 내 막냇동생의 남편만 아니었으면 내가 가졌을 텐데.’

    그런 말을 한 미카엘은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가서 자신에게 딘을 바탕으로 생성된 가상의 자아를 업데이트했다고 함. 캐스와 함께 찍었던 영상이나 사진이 데이터로서 입력될수록, 텅 빈 상태였던, 아직 딘이 되지 못한 AI는 아무도 입력하지 않은 부러움이란 감정을 느꼈다고 했음.

    업데이트가 끝나고 나오미와 미카엘의 테스트가 끝난 다음에야 그는 진짜 딘을 대신하고 끊어진 연을 다시 이을 매개체로서 투입되었는데, 병상에 앉아 간호를 시작한 지 사흘이 채 되지 않아 캐스가 일어났음. 안드로이드는 자신을 거부할지도 모르는 캐스가 눈을 뜨는 걸 지켜보는 건 솔직히 무서웠다고 함. 그렇지만 파란 눈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고, 그때 안드로이드는 스트레스 요소가 극도로 몰린 상황에서 일시적인 에러가 발생한 건가 싶었다고 함. 그게 사랑이라는 감정이었다는 걸 깨달은 건 캐스와 함께 살면서 얼기설기 기워진 상태였던 자아가 온전해지며 자긴 딘이라고 주저없이 말할 수 있게 된 후였다고.

    그 뒤로는 캐스도 아는 얘기라며 말을 마친 안드로이드는 천장을 올려다보면서 자기가 할 말은 이게 다라고 함. 우연인지 사랑의 힘인지 모르겠지만, 자기를 딘으로 생각해줘서 고맙다고도 했음.

    캐스는 안드로이드가 말한 정보를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정할 수 없어서 머릿속으로 천천히 정리하다가 궁금한 걸 묻기 시작하겠지. 첫 번째 질문은 딘의 사후처리에 대한 것이었음. 딘의 장례식은 잘 치러졌는지, 법적으로 어떻게 됐는지, 그리고 샘은 어떻게 됐는지.

    안드로이드는 그것은 전부 나오미와 미카엘이 처리서 자신은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고 함. 그걸 알아보고 싶으면 샘에게 직접 연락해야 할 거라며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그 정도는 예상한 답변이어서 캐스도 군말하지 않고 그다음 질문으로 넘어감.

    “만약 내 기억이 돌아와서 내가 네 정체에 대해 알았다고 한다면 네 처우는 어떻게 되지?”

    안드로이드는 올게 왔다는 표정으로 눈을 감고 한숨을 쉬며 말함.

    “그야 폐기처분 되겠지. 엄밀히 말해 나는 헤븐 코퍼레이션의 재산이거든. 이건 미카엘의 실험이고 나는 그 실험체야. 실험대상인 네가 실험에 대해 알았다는 건 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잖아.”

    마치 캐스가 그를 폐기처분 되도록 쉽게 미카엘의 손에 넘겨버릴 걸 상정하고 말하는 어투에 캐스는 발끈함.

    “내가 널 버릴 리 없지 않나.”

    “나는 네 애인의 모조품이야. 그것도 완벽하지 못한 모조품. 그런데도 날 치워버리지 않겠다고?”

    가짜 딘은 그 말에 드디어 고개를 들고 시선을 맞추며 물어봄. 믿을 수 없다는 것처럼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면서 캐스는 그가 딘의 모조품이라는 개념에 거부감을 느끼긴 한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감정을 너에게 투사하지는 않는다고 밝힘.자신의 증오를 받을 합당한 대상을 꼽는다면 자신과 딘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널 만들어낸 나오미와 미카엘이고, 내가 널 버리는 건 딘도 바라지 않았을 거라고 함. 안드로이드는 캐스의 말을 한참 곱씹다가 ……네가 그런 거라면 그런 거겠지, 하고 조용히 대답함.

    두 사람은 적막 속에서 가만히 앉아 각자의 생각에 빠져 있다가 안드로이드가 저녁을 준비하러 떠나면서 헤어짐. 캐스는 주방을 향하는 뒷모습을 보면서 진짜 딘이 그리우면서도 가짜 딘에게도 연민과 기타 등등의 감정을 느끼며 한숨을 쉰.

    딘의 정체를 알게 된 후로 캐스는 나오미나 미카엘이 자신이 눈치챘다는 걸 알게 되면 당장 딘을 파기시킬까 봐 은밀하게 딘과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어떤지 알아보고 다님.

    캐스가 제일 먼저 한 것은 샘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이었음. 갑자기 형과 연락이 안 되는 채로 반년 가까이 지난 샘은 당연히 남편인 캐스에게도 꾸준히 연락했지만, 노박 가가 어떻게 방해한 건지 전혀 연락이 닿지 않았었음. 직장에도 찾아갔지만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말만 할 뿐 더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다고 함. 샘은 캐스가 먼저 연락하자 안도하면서도 무슨 일이었냐고 다급히 물음. 캐스는 샘에게 사고가 있어서 자신은 부상을 입고 기억을 잃어 연락하지 못했고, 이젠 기억이 돌아왔지만 딘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안드로이드 딘의 정체를 밝힘. 샘은 잠시 말이 없다가 찾아가겠다고 하겠지.

    다음 날 캐스와 딘의 집을 방문한 샘은 안드로이드 딘을 발견함. 너무나도 형 같은 모습에 처음에는 캐스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딘이 안드로이드라는 증거를 내놓자 믿을 수밖에 없었음.

    몇 개월 간의 추적이 형의 죽음이라는 형태로 완결된 샘은 눈물 흘림. 북받치는 감정을 조금 가라앉힌 그는 캐스와 딘으로부터 사정을 듣고 딘이 안드로이드화 되는 과정에 딘과 캐스 중 누구의 동의도 받지 않은 점을 이용해서 딘의 소유권을 없애거나 최소한 캐스한테 이전하는 방향으로 알아보겠다고 함.

    이렇게 돼서 여차저차 딘=안드로이드의 소유권을 둘러싼 최초의 법정 공방이 시작되고 사람과 거의 다를 바가 없는 안드로이드의 존재가 수면 위로 오르게 됨. 캐스는 법정 다툼을 따라가느라 안 그래도 정신 없는데 몰려드는 기자들이 일을 방해하기도 하고 딘을 훔치려는(!) 시도도 발생해서 결국 일을 관둠. 그리고 딘을 지키면서 어떻게든 미카엘을 몰락시킬 방법을 구상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냄. 그러면서 안드로이드 딘에게 진짜 딘은 어땠는지 샘이랑 같이 알려주면서 안드로이드 딘이 앞으로 ‘딘 윈체스터’의 모조품이 아닌 그냥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도록 도울 것 같다.

    결국 안드로이드 딘은 그릇된 딘 윈체스터이더라도 딘 윈체스터이기에 발휘된 자유의지로서 프로그래밍 되지 않은 자신만의 자아를 재정립하는데 성공함. 딘은 법정에서 미카엘의 실험이 어떻게 비윤리적인지, 그의 ‘상품’으로서 자아가 주입되었으나 입력된 데이터를 초월하여 진짜 자신만의 자아를 획득한 자신은 상품이 아닌 인간이라고 당당히 증언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다시 딘과 사랑에 빠졌다는 걸 깨닫는 캐스.

    이캐저캐 법정 공방은 캐스와 딘의 승리로 올라서고 둘의 변호를 맡은 샘도 덩달아 스타 덤에 오른다. 이런저런 다큐멘터리나 강연회에도 초청됐을 듯. 안드로이드를 사랑하니까 이상한 인간이라고 캐스는 욕도 많이 먹었을 것 같은데, 남편을 쏙 빼닮은 안드로이드니까 당연하다는 여론도 있어서 쉴드도 좀 있었겠지, 뭐.

    대중 앞에 서는 자리마다 캐스는 자신이 과거의 딘도 지금의 딘도 사랑하지만 둘은 다른 인격체니까 각각 다른 마음가짐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하면 좋겠음. 죽은 딘은 여전히 자신의 마음 한구석에 남아 영원히 애도될 것이지만, 지금은 자신의 곁에 있는 딘도 사랑한다는 캐스는 인간이든 기계든 외계인이든 다시 찾아온 사랑을 발로 차버릴 정도로 자신은 매정하고 고지식한 인간이 아니라고 웃는 캐스. 딘은 늘 캐스의 옆에서 캐스가 남편의 몸과 얼굴을 가로챈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사랑한다는 사실에 경이로워하며 대단히 사랑에 빠진 얼굴로 듣고만 있음.

    그러다가 언젠가는 캐스가 그렇게 연설한 다음에 청혼하면 좋겠다. 원래는 조용히 단둘이 있었을 때 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날이 너무 좋고 네가 너무 아름다워서 오늘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안드로이드가 사랑의 감정으로 인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고 둘은 전 세계의 응원에 힘입어 결혼에 골인함. 안드로이드 딘의 신원을 미국 정부에서 받아주지 않아서 서류는 못 내고 식만 올렸지만 두 사람은 충분히 행복했을 듯.

    조금 걸림돌이 될 뻔한 건 안드로이드도 기계니까 점검이 필수적이라는 점임. 이전에 나오미가 패밀리 디너에 딘한테 꼭 오라고 한 건 미카엘이 딘을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었음. 그렇게 점검이라는 명목으로 무슨 짓을 할지는 상상에 맡깁니다^^~

    하여튼 그래서 법적 공방에서 이기고 미카엘의 회사가 문을 닫게 되자 딘은 앞으로 자기 점검, 유지보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엄청 걱정스러워했을 것임. 딘이라 기본 성깔이 있긴 하지만 성격이 조금 재단돼서 안드로이드 딘은 아방하니까.

    딘이 자신은 스스로 완벽한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면서 두려움을 느끼니까 캐스가 어느 인간도 완벽하지 않다면서 달래줬으면 좋겠다. 어차피 인간도 서서히 늙어가면서 망가지니 네가 특별할 건 없다고, 나와 함께 망가져 가자고 위로해주는 캐스.

    “난 안드로이드라 인간과 달리 망가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거야. 누군가 날 해킹에서 너를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리면 난 거기에 따를 수밖에 없을 텐데도 괜찮아?”

    딘이 슬프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해도 캐스는 괜찮다고 자기는 구급대원이었어서 매일 죽을 각오로 살았는데 어차피 죽을 거라면 네 손에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해서 딘은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라면서도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행복하게 웃었다네요..

    암튼 둘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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