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내/캐스딘] 조만장자 캐스 X 소시민 딘

    2023. 11. 20.

    by. 시두스

    키워드: 할리킹, 조만장자 캐스, 소시민 딘, 평범한 집착광공 캐스, 조금 크리피(?), 귀여움, 해피엔딩

    분량: 공백포함 약 9천자

    분명 갠홈에 올렸던 거 같은데 안 올려서 허겁지겁 올림.

    할리킹... 너무 좋음... 캐스가 딘한테 돈지랄하는 거 저만 좋나유..,

     


     

    썩어빠지게 부자인 조만장자 재벌 3세 캐스가 길거리 지나가다가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딘을 보고 반해서 무작정 가게 들어가서 딘을 매수하려는 거 보고 싶다. 어릴 적부터 학습한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없다는 지론에 따라 개수작을 부리는 거지.

    “주문하시겠어요?”

    “커피는 됐습니다. 당신은 얼만가요?”

    “네? 저희 가게에 당신이라는 메뉴는 없는데요.”

    “메뉴에 있으면 큰일이죠. 당신을 누구나 살 수 있단 뜻이잖아요.”

    너무도 뻔뻔한 얼굴로(그것도 허우대는 멀쩡해서 입만 다물면 번호 따볼까 싶은 잘생긴 얼굴로) 개헛소리를 하는 손님이 익숙할 대로 익숙하고 질릴 대로 질린 딘은 당연히 상큼하게 웃으면서 맞대응을 해줌.

    “손님, 주문 안 하실 거면 꺼지세요. 다음 손님!”

    “아직 내 주문이 끝나지 않았다만―”

    “블랙커피에 샷 추가해주시고 플레인 스콘 하나 포장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어떤 이름으로 불러드릴까요?”

    “케빈이요.”

    얼결에 옆으로 밀려난 캐스는 정말 자기에게 눈길 하나 안 주고 일하는 딘을 보고 당황했음. 자기 얼굴과 재력이 이토록 처참하게 무시당할 줄은 몰랐던 것임. 그래서 할 말을 찾지 못해 옆으로 밀려난 후에도 그 자리에 서 있었음. 다시 말을 걸어 보려고 했는데 그럴 틈이 안 나서 명찰에 달린 이름만 똑똑히 외우고 돌아갔음.

    딘은 오늘도 어처구니없는 진상을 만났다는 생각만 하고 늦은 오후쯤 퇴근했는데, 집에 가니까 어색한 웃음을 지은 집 주인이 봉투 들고 문 앞에 서 있는 거임. 뭔가 엄청 불안한 기분이 들어서 그대로 튀려다가 나는 어른이다 삼창하고 다가가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본 딘은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는다. 갑자기 건물이 팔려서 당장 다음 주부터 공사에 들어가서 방을 빼야겠다는 거임. 이건 건물을 산 사람이 미안하다고 주는 보상금이라면서 넋이 나간 딘한테 봉투를 떠안기듯이 주고 집주인은 사라져버린다.

    진상도 만나고 겨우 얻은 입지 좋고 싼 방에서도 쫓겨나게 생긴 딘은 오늘 하루 정말 왜 이러나 싶어서 그대로 술을 마시러 나감. 그리고 바 닫을 시간에 쫓겨나서 처량 맞게 털레털레 걸어 돌아와선 술 좀 깨고 들어가려고 건물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데, 그런 딘 앞으로 무지막지 조용히 나타난 은색 세단에서 낮에 본 싸이코가 내리는 것임.

    “우리 집에 와라. 렌트비는 절반으로 해주겠다.”

    웬 미친놈이래? 꺼져! 하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술에 취한 딘은 이성적인 판단이 되지 않아서 술김에 그냥 세단에 탔음. 난 잃을 게 없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 그렇게 도착한 곳은 펜트하우스였다.

    “여기를 싸구려 투베드룸(혼자 사는데 굳이 투룸을 고집한 건 샘이 놀러 왔을 때 잘 곳이 필요하니까) 월세 절반으로 빌려준다고요?!”

    대환장하는 딘한테 싸이코는 미간을 좁히고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 채 대답한다.

    “그래. 오는 길에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나?”

    “아니, 듣기는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죠! 너무 다르잖아요!”

    “집이라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같은 곳이다.”

    “지금 본질 운운할 때가―! 하, 그건 됐고요. 이거 장난이죠?”

    “장난? 왜 그런 짓을 하겠나? 아니다. 원한다면 지금 당장 계약서를 작성할 수도 있는데, 그러겠나?”

    “아니요! 이게 장난이 아니면 날 어, 어떻게 할 생각이죠?”

    “포르노를 너무 많이 봤군. 오늘은 늦었으니 들어가서 자라. 복잡한 얘기는 아침에 하지.”

    잔뜩 긴장하고 물은 건데, 그 싸이코는 픽 웃곤 어깨를 으쓱인다. 거기에 뭐라고 하고 싶었는데 정곡 아프게 찔려서 말도 못 하고 뻐끔뻐끔 붕어 입 됐다가 그래도 뭔가 걸고 넘어가 보고자 항의함.

    “여기서 자라고요? 그리고 내일 일 있어요! 길도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 또 내 베이비는요! 내 짐은?!”

    “내가 알아서 해결하겠다.”

    딘의 여러 질문을 단 한 마디로 일축한 싸이코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다. 자, 어서 나를 대단하게 여겨라. 그렇게 말하는 얼굴을 보니 딘은 미친 놈 상대로 더 말해봤자 자기 입만 아프고 솔직히 취해서 할 말도 안 떠올랐기 떄문에 한숨 푹 쉬고 그래, 니 맘대로 해라, 하고 만다.

    “좋은 밤 되길, 딘 윈체스터.”

    딘이 자러 간다고 손사래치고 방으로 가려니까 바로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면 싸이코는 벌써 사라지고 없음. 저 자식은 재수가 없는 것도 모자라 소름까지 끼치네. 입속말로 궁시렁거린 딘은 순간 엄청난 사실을 깨달음. 도대체 내 이름은 어떻게 알고 내가 쫓겨난 줄은 또 어떻게 안 거지? 소름이 오소소 돋은 팔을 쓰다듬으며 내일 꼭 결착을 보고 나가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딘이었다.

    그런데 단단히 먹은 마음이 무색하게 방을 보자마자 딘은 딱 굳음. 온 도시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시티뷰도 시티뷰지만 딘은 이렇게 크고 안락하고 푹신해 보이는 침대는 난생처음이었음. 진짜 여기서 자도 되는 거야? 아니 근데 진짜 내가 왜 이 존나 높고 좋은 펜트하우스에 있는 거냐. 생각하다가 생각할수록 머리만 아파서 침대에 몸을 던진 딘은 침대가 너무 좋아서 정확히 5초 후에 정신을 잃었다.

    다음 날 아침, 딘은 얼굴 가득 내리쬐는 햇살에 눈을 비비면서 일어났는데, 눈뜨고 보인 천장이 도무지 자기가 알던 천장이 아니라서 화들짝 놀라며 벌떡 일어난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젠 어두워서 제대로 못 본 방이 햇볕을 받아 어마어마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음.

    어제 일이 꿈이 아니라고? 세상에 무슨 이런 미친 일이 다 있어? 얼떨떨하게 뺨을 꼬집어본 딘은 그러고 보니 알람 소리를 듣고 깬 게 아니라 아주 간만에 푹 자고 몸이 깨고 싶을 때 깼다는 걸 깨닫고 허겁지겁 침대에서 빠져나옴. (침대 나오면서 반쯤 울 뻔함. 이 좋은 침대에 또 언제 누워보나 싶어서)

    “지금 몇 시, 몇 시지. 출근해야 하는데. 이미 늦은 거 아냐? 아이런씨발 진짜 이미 늦었잖아!:

    침대 협탁이 식탁만 한데 아날로그 시계 하나 없었음. 시계를 찾아 눈을 굴리던 딘은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 이미 한참 늦은 걸 발견하고 거의 패닉에 빠진다. 어떡하지 지각이다!! 부랴부랴 방문을 열고 뛰쳐나갔는데 생각해보니 어제 멍하니 끌려오듯 들어와서 여기서 현관까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는 거. 어젯밤에 제법 이리저리 꼬아서 들어왔는데 나가려고 했다가 괜히 길만 잃는 건 아닌가 싶었음. 대저택이 아니라 펜트 하우스라 건물 구조가 그리 복잡하지 않을 텐데도. 게다가 어제랑 옷도 똑같지, 씻지도 못했지, 여기서 카페까진 또 어떻게 가나 싶음.

    여러 가지가 겹쳐서 딘이 골머리를 앓으며 머리 싸매고 있으니까 갑자기 오른쪽 문이 열림.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면 어제의 싸이코가 빤히 쳐다보고 있음.

    뭐, 왜, 뭐. 딘이 잔뜩 찡그린 얼굴을 보여줬지만 싸이코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날카로운 시선을 무시하곤 팔짱을 끼고 문가에 기댐.

    “원래 계획은 네가 일하던 가게가 열 시간에 깨우려던 거였지. 하지만 네가 너무 곤히 자서 그럴 수 없었다. 미인에게 잠은 소중하다지.”

    멀쩡한 얼굴로 상상을 초월하게 또라이 같은 말을 하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계속 싸이코라고 부르기도 지쳐서 이름 물어볼까 하던 마음은 고이 접어 날려버리고, 딘은 고함을 지른다.

    “날 내보내 줘!”

    대충 차리려던 예의도 밥 말아먹고 반말로 찍 내뱉자 싸이코가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고 또 개같은 소리를 함.

    “난 널 가두지 않았다. 자유롭게 나갈 수 있지. 그나저나 내 이름은 궁금하지 않은 건가?”

    내가 네 이름을 왜 궁금하겠냐, 속으로 투덜거린 딘은 얼굴을 한층 더 구기면서 지금이라도 일 나가게 그놈의 기사 좀 불러달라고 하겠지.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이 가관이다.

    “오늘은 안 나가봐도 된다.”

    “내 가게인데 내가 안 나가면 어떡하라고? 오늘 장사 그냥 접으라는 거야?”

    “네 핸드폰으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찰리라던 이가 네게 오늘 출근하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찰리가? 왜? 가게에 무슨 일 있대?”

    “글쎄. 난 네가 내 침대에서 자고 있다고 했을 뿐인데 아주 기뻐하며 오늘 하루는 즐기라고 전해달라더군.”

    “……뭐라고? 아니 너 진짜 제정신이냐? 말을 그따구로 하면 어떡해! 누가 들어도 오해하겠구만! 그리고 내가 언제 어떻게 댁 침대에서 잤어, 어? 지금 내 전화 멋대로 받은 것도 사생활 침해로 고소할 판인데 이젠 명예 실추까지!”

    “하지만 여긴 내 집이고 아직 네가 여기를 렌트하지 않기로 했으니 내 방의 내 침대에서 잔 게 맞지 않나?”

    “아니 그건 그렇긴 한데, 그래도 사람이 도리가 있지! 으아! 진짜 머리 터지겠네!”

    “너무 그렇게 기뻐하지 마라. 열심히 일한 자에겐 휴식이 찾아오는 법이다.”

    어이가 너무 없어서 말이 제대로 안 나오는 거였는데, 싸이코는 혼자 단단히 오해하곤 복장 터지는 소리나 하고 자빠졌다. 딘은 뒷목이 당겨서 손으로 열심히 마사지를 하면서 싸이코를 노려본다.

    “너 대체 누구길래 나 같은 불쌍한 소시민을 괴롭히고 그래? 그리고 아까부터 왜 반말이야? 뭐가 잘났다고!”

    온몸으로 화를 낸 건데, 싸이코는 목소리에 그득 담긴 분노를 전혀 느끼지 못했나 보다. 오히려 고양이가 하악질 하는 것을 지켜보는 양 부드러운 시선을 보내면서, 자기가 누군지 묻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운 듯 만면에 미소를 띠기까지 했다.

    “난 카스티엘 콜린스다. 네가 만드는 커피도 너 자체도 마음에 들어서 네게 돈을 “왕창(여기서 손가락을 움직여 인용마크를 띄웠다)”쏟아 부을 의향이 있는 사람이지. 어떤가?”

    딘은 멱살을 잡고 화를 내야 할지 장난치지 말라고 웃고 넘겨야 할지 모를 지경이 되었다.

    콜린스라면 예술계를 꽉 잡고 있는 재벌가다. 찰리와 샘이 억지로 데려간 미술관에서 질리게 들은 끝에 머리에 남은 이름이 아닌가. TV에도 자주 나오고. 눈앞의 남자가 그 카스티엘 콜린스라는 걸 알게 된 딘은 이 상황이 현실적이고 동시에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도대체 이 미친놈이 나한테 왜 이러는 건지 더더욱 알 수가 없어짐.

    얼이 빠져서 쳐다보기만 하자 카스티엘은 커피와 브런치라도 먹으면서 더 얘기하자며 쫓아오라는 손동작을 하고 걸어간다. 다른 건 몰라도 커피는 정말 좋은 생각 같아서 딘은 쫄래쫄래 따라감. 커피 기계가 눈에 들어오니까 자동반사로 원두를 찾고 필터를 끼우고 뜨거운 물을 붓고 우려지기를 기다리다가 한 컵이 채워지기 무섭게 꿀꺽한다. 카페인이 들어가니까 머리가 좀 움직이는 기분이었음.

    분노, 당혹, 놀람, 믿기지 않음 등등 감정이 용솟음치는 머리가 조금 뚫리자 딘은 한 컵 더 따르고 카운터에 기대어 선다. 캐스는 자연스럽게 유러피언식 바형 카운터에 앉아서 핸드폰을 확인고 있었음. 그걸 보고 딘이 내 핸드폰 내놓으라고 법석을 떨자 곧 집사가 가져다줄 거라고 함. 그리고 정말 집사복을 입은 지긋한 노인이 트레이에 무슨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쓸 반짝반짝한 식기와 비싸 보이는 접시에 정갈하게 담긴 스크램블 에그, 베이컨, 해시브라운, 팬케이크와 유리병에 담긴 주스, 색깔도 진하고 고운 메이플 시럽 따위를 올려서 밀고 들어온다.

    딘이 어안이 벙벙해서 보고 있거나 말거나 집사는 척척 세팅을 하고 핸드폰까지 전달한 뒤 딘에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주방을 나선다. 카스티엘은 먹기 시작하려다가 멍하니 선 딘에게 맞은 편에 앉으라고 손가락을 까딱함. 원래 같으면 내가 개냐고 욕도 하고 화도 내겠지만 상황이 너무 초현실적이다 보니 군소리 없이 머그 두 잔에 커피를 가득 담아 맞은편에 앉는다. 캐스는 차와 주스가 있는데 왜 커피를 마시지? 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딘이 주는 거니 별 말없이 마셨다가 감탄함.

    “분명히 평소에 내가 내리던 방식 그대로 만든 커피인데 왜 맛이 다르지?”

    “직업인과 비직업인의 차이지.”

    꿍얼거린 딘은 눈앞에 차려진 음식에 독이라도 든 듯 노려보다가 눈앞의 미친놈이 한 입 먹고 나서야 포크를 든다. 스크램블 에그를 조금 떼서 입에 넣으니 사르르 녹음. 이걸 만드는데 버터를 얼마나 녹인 거야? 어쩌면 여기에 녹인 버터값이 우리 카페 반나절 수익이랑 맞먹을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며 다른 것도 먹어보니 다 맛있어서 자기도 모르게 허버허버 먹게 되는 딘. 입 안에 음식을 욱여넣는 딘을 뿌듯하게 보던 캐스는 딘이 먹고 있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러서 자기 몫도 넘겨줌. 감정을 먹는 걸로 다스리는 기질이 있는 딘은 캐스 접시 위의 음식도 전부 위에 쓸어 넣고는 커피로 입가심을 한다.

    잠시 불편하지만은 않은 침묵이 흐르고 나서 캐스가 그래서 렌트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며 운을 뗌. 배가 잔뜩 불러서 아주 만족스러웠던 딘은 그 소리에 졸다가 현실로 끌어내려져서 똑바로 앉음.

    “물론 집 구해서 나갈 거야. 안 되면 잠깐 친구 집에서 묵으면서 찾을 거고.”

    “네 짐은?”

    “그건 어떻게든 되겠지. 네가 상관할 게 아니야.”

    “나는 네게 내 집의 절반을 팔기 위해 어필하는 중이다. 당연히 소비자의 의견은 중요하지.”

    당당히 말해서 조금 얼척이 없어진 딘은 무뚝뚝하고 말 못 할 줄 알았던 캐스가 청산유수로 말하는 걸 들으면서 그, 그런가? 하게 됨. 은근 팔랑귀인데다 대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인 캐스가 적극적으로 영업하면 영세업자인 딘은 손쉽게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임.

    그렇게 대화가 끝났을 때쯤 딘은 이미 렌트 계약서에 사인도 했고 카스티엘을 캐스라고 부르고 있었음. 눈앞에서 태풍이 지나간 기분이었지만 말로 어떻게 할지 몰라서 늘 그렇듯이 넘어가게 되었음.

    오늘은 가게 안 나가봐도 된다고 하고 나간대도 이미 저녁에 가까운 오후라 마감밖에 할 게 없어서 그건 피하고 싶었던 딘은 그대로 집에 있기로 함. 그런데 이 넓은 집에서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딘은 캐스한테 집 구경이나 시켜달라고 함. 캐스는 반갑게 요청을 받아들였고 딘은 4명은 너끈히 들어갈 만큼 큰 핫터브, 바닥이 투명이라 야경을 보기엔 안성맞춤인 수영장, 홈시어터 등을 보고 나 여기 절반을 쓰는데 전에 그 쥐꼬리만 한 아파트 렌트 절반만 내고 살아도 되는 걸까 ㅎㅎ… 싶었지만, 캐스가 렌트 값을 올리려고 할까 봐 말로 꺼내지 않았다.

    저녁도 집사가 가져온 평범해 보이지만 비쌀 게 틀림없는 음식으로 때운 딘은 소파에서 뒹굴거리다가 책 읽는 캐스에게(사실 책 읽는 척 딘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음) 내일 집 정리도 하고 차도 가지고 와야겠다고 함. 캐스는 아무 생각 없이 기사를 시켜서 전부 가져올 수 있다고 제안했다가 딘의 살기 넘치는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이렇게 캐스의 펜트하우스에서 살게 되는 딘. 걸핏하면 캐스가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외식하자, 요트 띄워놓고 야경 즐기자, 하고 딘의 단호한 거부를 귓등으로 들은 채도 안 하고 끌고 가대서 딘은 점점 현실과 멀어짐. 샘과 찰리는 딘이 고통스럽게 살다가 이제라도 덕을 보는 모양이라고 기뻐하면서도 캐스가 딘한테 돈을 쏟아붓는 게 뭔가 석연찮음. 객관적으로 딘이 잘생긴 건 맞지만, 그렇다고 딘에게만 한 달에 몇 만 달러씩 뿌리는 게 건강한 건지 감이 잡히질 않았음. 당연히 딘에게 대놓고 내색은 안 하지만, 솔직히 만난 당일 렌트에서 쫓겨난 사람을 기다렸다는 듯이 데리고 가는 건 좀 우연이라고 하기엔 어색했음. 그래도 둘은 딘이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살고 캐스가 가족과 친구에게 하는 연락이 매우 중요하다고 우겨서 연락도 자주 하는 것도 처음이라 가만히 있는 거임. 딘은 그런 속도 모르고 맨날 캐스가 이거 사준다 저거 사준다, 이거 해준다 저거 해준다, 너무 많이 해줘서 어떻게 갚을지 모르겠다, 아무리 선물이라지만 너무 많이 받는 거 같다 조잘조잘 얘기함.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들 사이에 어떤 성적 접촉이나 학대가 일어나지 않아서 두 사람은 결국 안심하고 온전히 딘의 행복을 축하하기로 했다.

    딱히 계산한 건 아니지만 이때가 미묘하게 두 사람의 감정이 싹트는 시기가 될 것. 딘이 너무 받긴 애매한데 뭐 줄 건 없나 생각하다가 캐스 얼굴을 보고 있자니 새삼 너무 잘생겼거든. 처음에도 입만 다물면 번호 딸만큼 잘생겼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둘이 로맨틱한 분위기에서 달 보면서 선상 디너를 즐기다가 딘이 저기 캐스, 말하는 목소리에 감정이 실리니까 캐스는 꽉 닫고 있던 문을 활짝 열어버림. 캐스는 얼굴 보고 치여서 조금 무리하게 접점을 만들었고 같이 살면서 완전히 딘 윈체스터라는 사람한테 푹 빠져서 내 거 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힌 상태였지만, 딘이 그동안 딘이 자길 친구처럼 대해서 감정 강요해봤자 좋은 일도 안 일어나고 섹스 파트너 같은 것도 원하는 낌새가 없어서 자기가 1순위라면 친구로 지내도 좋다고 생각하며 참아온 것이었음. 하지만 본인이 미묘하게 연애하고 싶다 섹스하고 싶다 끼를 풍기면서 다가오면 더 참을 이유가 없음.

    캐스는 딘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딘 턱을 잡고 당겨서 키스함. 느닷없는 키스에 깜짝 놀라서 뒤로 빼려고 하는데, 캐스가 안 놔줌. 딘은 당황했지만 키스가 키스를 끝내주게 잘해서 눈 감고 마주 키스함. 이게 스톡홀름 신드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어때. 어두운 목소리를 무시한 딘은 그날 섹스까지 진도 다 빼버리고 캐스와 연애 시작할 듯.

    딘이 연인이 되자 캐스는 이제 거리낄 게 없다는 듯 그야말로 돈을 물쓰듯 하면서 딘을 자기 취향에 맞게 더욱 치장해감. 딘은 캐스의 돈부림과 보살핌 안에서 서서히 온실 속 화초가 되어가는데 자각 없음. 평생 손가락만 빨면서 보기만 했던 명품 자동차들 사서 자기 입맛대로 커스텀 하고 정비하고, 자기 꿈이었던 밴드 공연을 VIP 석에서 보는 것에 친구 시절부터 익숙해져서 캐스가 과하게 구는 거 조금도 눈치 못 채고 캐스가 해주니까 그대로 덥썩덥썩 받아먹기만 함. 막말로 잘생기고 몸 좋고 핫한 애가 자기 좋아하고 자기 해달라는 거 다 해주는데 세상 사람 누가 거절하겠냐 이 말이다.

    캐스는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연인임. 자기 배려해주지, 밤일 테크닉 좋지, 자기만 사랑해주지, 미디어에서 떠드는 것처럼 부자라고 소유욕 심하고 집착하고 그런 거도 없음. 온전히 자기대로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대가 없이 퍼부어줌. 실제로 카스티엘 콜린스는 사교계에서 소유욕 심하고 자기 마음대로 일이 안 풀리면 무슨 수를 써서든 되게 하는 남자로 알려져 있었지만 그런 게 딘 귀에 들어갈 일은 영원히 없음. 딘한테 캐스는 마냥 착한 사람이다ㅋㅋ

    딘이 자기한테 홀딱 빠지니까 입 꼬리가 귀에 철썩 달라붙은 캐스. 노박 가 사람들이 딘 아니꼽게 보면, 딘이 없는 자리에서 그래서 어쩔 건데? 나 없어도 회사 돌아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서 다 무시한다. 그는 진정 멋진 남자인 것이다.

    아무튼 돈 뿌려가면서 딘 자기 취향대로 치장하고 맛있는 거 먹이고 호강시키면서 뿌듯해하는 캐스랑 처음엔 존나 크리피해하고 내가 펫이냐 개새끼야 멱살 잡지만 나중엔 돈의 맛을 알아서 그래 돈이 짱이다 내 남편 사랑해~ 하는 말랑딘 보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길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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