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내/캐스디아나] 젠더스왑

    2017. 10. 10.

    by. 시두스

    *카스티엘/디아나 윈체스터

     


     

     

    디아나 윈체스터는 태생적으로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에 심각한 고민과 고민을 덧붙이는 유의 사람이었다. 예를 들면 닭과 오리와 칠면조 고기가 모두 들어간 샌드위치와 리코타 치즈가 아낌없이 들어간 뉴욕 샌드위치 -리코타 치즈의 원산지가 이탈리아인 것은 둘째치고- 사이에서 삼십 분 넘게 갈등하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예로는 그릇을 씻을 때 뜨거운 물을 미리 받았다가 식혀서 사용할지, 처음부터 차가운 물을 쓸 것인지 고민한 것도 있었다.

    그녀가 무슨 고민을 왜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몰랐지만, 그런 점을 제외하면 디아나가 충분히 매력적인 여자인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풍만한 몸매, 목덜미에서 내려올 줄을 모르는 쇼트커트, 코끝을 덮은 주근깨, 호탕한 성격, 빛나는 미소 등등.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녀는 늘 하던 대로 샘을 시켜 인터넷에서 대학 교재를 사거나 바비에게 헌책을 받는 대신 근처 서점으로 갔다가 그곳에서 일하는 카스티엘을 만났다. 왜 갑자기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는 역시 아무도 몰랐다. 그녀는 그 일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저 새 책을 사자마자 손에 쥐고 싶었다는 말을 반복했는데, 그렇게 고집을 피우는 디아나의 입을 열 수 있는 것은 최소한 이 세상엔 존재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들은 곧 친구가 되었다. 디아나가 의도적으로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은 뿌리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디아나는 처음 카스티엘을 만난 날부터 두 달 넘도록 매주에 한 번씩은 서점에 들렀다. 심하면 일주일에 네 번이나 들르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가 서점에 다녀온 날이면 빠짐없이 읽지도 않을 두터운 교양서적이 그녀의 손에 들려있었다. 하루가 멀다고 책장이 비좁아졌다. 처음에는 그런 습관을 두 손 들고 환영하던 샘도 누나가 이상한 최면이라도 당한 것 같다며 투덜거릴 정도였다.

    그러나 디아나가 서점에 막 단골 손님으로 얼굴을 익혔을 무렵, 그녀는 카스티엘과 대판 싸우고는 발길을 뚝 끊어버렸다. 그 기묘한 습관이 생긴 것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서로 잡아먹을 듯이 입씨름을 벌이다 디아나가 휙 나가버렸는데, 오 분 전까지만 해도 서로 뭔가를 들여다보며 시시덕거렸다는 것이다. 디아나와 카스티엘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들은 너무나 다른 성격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조용히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카스티엘과 디아나가 누구와도 싸움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둘이 유일하게 의견이 맞았던 부분이었다.

    대화가 끊긴 둘 주위로 때아닌 한파가 몰아치듯 싸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마치 걸리는 사람 하나를 마지막 뼈 한 조각까지 부숴버릴 것 같았다. 냉전은 디아나가 직접 카스티엘의 팔을 이끌고 자기 집에 들이닥치는 것으로, 시작했던 것보다는 시시하게 끝을 맺었다. 디아나는 그녀의 지인들이 모두 모일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다가 케빈이 마지막으로 들어왔을 때야 입을 열었다.

    “나 캐스랑 결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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